-
슬기로운 백수생활 7카테고리 없음 2021. 4. 10. 08:23
백수의 경제는 활동의 산물
"백수의 경제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활동의 산물이다.
당연히 소비와 부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고미숙저 <<조산에서 백수로 살기>>
나는 유난히도 '돈복'이 없다.
다른 말로 돈벌이엔 젬병(형편없다의 속어)이다.
'길거리에 돈이 널려 있다.'라는 어느 재벌의 말에 감명받아서
길거리에서 돈을 찾아 보았다. 정말 돈이 보였다.
그래서 따라갔더니, 재벌되기는 커녕 있는 돈도 다 날렸다.
'돈은 날개 없이 날고, 발없이 달린다' 라는 말이있다.
제발 돈아 그냥 가주면 안 돠겠니?
왜 내 돈까지 덩 달아서 같이 달아나니?
오죽하면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자네는 무얼 하려고 하지 말고 놀고 먹게.
그게 돈 버는 거네.'
'그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장인어른'
성묘 갈 때 마다 무덤앞에서 울먹이며 내가 하는 말이다.
돈벌이를 못하면 오지랖이라도 떨지 말아야 하는데,
지지리도 돈은 못 벌면서 명절이 다가오면,
아파트 경비아지씨와 청소하는 아줌마 생각에 잠 들지 못한다.
(요즘에 아파트에선 주민들한테 돈을 걷지 않는다.)
그래서, 명절 때 떡값 정도 안 드리면 뒷통수가 부끄러워서
그 앞을 지나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할 수없이 때 마다 떡값을 드린다.
마누라는 '아파트단지에서 최극빈자인 당신이 신경 쓸 일은 아냐.'라고 한다.
허나 내 마음이 편하려고 매번 몰래 드린다.
바로 그 다음날이면 그 분들이 집사람을 찾아와서
인사를 하는 바람에 들통이 나 버린다.
아마도 아파트 최극빈자인 백수의 떡값이 그들에겐 인사를 할 만큼
고마웠으리라.
백수로 살면서 고마운 점은 돈이 없어서
사는 것, 입는 것, 먹는 것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백수라서 식당에서 맨 앞에 나가 계산하는 버릇(허세)도 없어 졌고,
먹는 것도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여 먹는 법도 배워 알게 되었다.
백수는 돈 쓰는데 자유롭다. 아니 없어서 쓰지 못 한다.
쓰지 않는 자유를 느낄 때
('없어서 못 쓴다.'라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결과는 같다.)
무한한 기쁨과 해방감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백수의 경제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활동의 산물이다.'
라는 게 피부에 와 닿는다.
그렇다, 백수는 태생적으로 아껴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백수에게 '수전노'라고 욕하지는 않는다.
남들도 백수의 얇은 호주머니를 간파하고 있다는 증거다.
백수가 남에게 줄 수있는 게 딱 한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바로~~ '따뜻한 마음'(정)이다.
그런데 '그게 남들에게는 감동으로 다가간다'는 걸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