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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백수생활 16카테고리 없음 2021. 5. 25. 07:37
'행동에 옮기기'전에 생각을 하자.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양날의 검이다. ‘빠름’을 강조하는 덕에 압축성장을 이뤘지만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부작용도 잇따른다." <한국의 행동강령 '빨리빨리', 역동성일까 조급성일까> 아시아경제 김윤경기자 2019.7.2
내가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1박2일의 교육이 있었다.
야외에서 조별 교육이었는데 한 조당 여덟명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조별로 지도를 보고 찾아간 지점에서 퀴즈도 맞추고 조교가 내린 명령을 함깨 수행하면서 단결력도 고취시키는 당시는 꽤 인기였던 교육이었다.
우리 조엔 차장인 나와 나보다 두 살 많은 과장이 속해 있었다.
내걸린 상도 없었지만 1등을 해야겠다는 욕심으로 초반부터 서둘렀다.
그런데 여유있게 쉬면서 다른 조를 탐색만 하던 조도 있었다.
우린 속으로 그들을 '게으른 녀석들'이라고 비웃으면서 더욱 서둘렀다.
결과가 어땠냐구요?
서둘렀던 우리 조는 길을 잘못들어서 헤매다가 꼴등으로 들어왔고,
처음에 게으르다고 비웃었던 조가 여유있게 1등을 했다.
더 부끄러웠던 건, 우리 조가 너무 늦게 마치는 바람에 다른 7개 조원들이 우리가 들어올 때까지 저녁도 못먹고 기다렸다는 점이다.
우린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고, 그 조에서 가장 직급이 높았던 난 부끄러움에 한 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었다.
생각해보지도 않고 행동부터 옮기는 것이 문제다.
계획없는 조급증의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며칠 전 회사다니는 딸아이가 집에 터벅터벅 들어왔다. 점심 시간에 짐을 가지러 왔다는 것이었다. 집에 나하고 집사람이 있었으니, 전화해서 부탁만 하면 될 것을 점심도 못 먹고 집까지 온 것이다. 꼭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피는 절대 못 속인다.^^
지금은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행동에 옮기기전에 찰나의 생각이 황금같은 시간을 벌어 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 사회에 역기능만 끼친 것만은 아니다.
'빨리빨리' 문화 덕분에 우리경제는 눈부신 고속성장을 해왔다.
특히 70년대에 시작된 건설 붐은 그 '빨리빨리' 문화덕분에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여러 산업에서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빛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한국이 IT 강국이 된 것은 한국인의 급한 성미에서 기인한다”
제프리 존스저 <<나는 한국이 두렵다>>
“속도가 중요한 시대에서 ‘빨리빨리’는 한국의 경쟁력”이라고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하기도 했다.
요즘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종사원들의 안타가운 죽음이 보도되고 있다. 그들을 '빨리빨리' 문화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희생을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행동하기 전에 잠깐이나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빨리빨리'가 곧 미덕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지금은 쉐어(share, 상생)의 시대다.
우리는 '빨리빨리'를 잠시 멈추고,
'같이 살아가기'위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