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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백수생활 14
    카테고리 없음 2021. 4. 29. 07:03

     

    적게 먹는 즐거움을 누리자.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 미식가인 브리아 사비랭이 <<미식예찬>>에 쓴 유명한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7남매와 부모님까지 총 9명 식구가 한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그 때는 속도가 생명이었다. 조금이라고 늦으면 김치 한 조각도 남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먹을 것도 부족하여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이었다.

    이러한 '잘못된 식습관이 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걸 병원에 입원해서야 깨달았다.

    글로벌센터에서 시간제로 일하던 시절, 탕비실에 항상 유명제과회사에서 기증받은 맛있는(?) 과자들이 널려 있었다. 물론 외국인들을 위한 과자였지만, 점심먹고 배가 출출해지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매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설탕으로 뒤범벅이 된) 과자들을 마구 먹어댔다.

    그 결과 혈당이 300을 훨씬 넘어섰고,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져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 되고 말았다. 유난히도 더운 여름날 결국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건 별로 없었다. 식사가 매우 중요해서, 외부음식은 일절 허용이 되지 않았다. 먹는 것은 병원식사만 먹되, 천천히 2, 30번씩 잘 씹어서 삼키는 것 뿐이었다.

    병원에서 의사가 하는 일이라곤 매일 아침 '괜찮냐?'고 묻는 것이었고, 검사만 매일 한 건이상 해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병세가 많이 호전되어서 막대한 병원비를 지불하고 퇴원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살기 위해서' 식습관을 바꿨다.

    마트에서 과자코너와 제빵코너를 지나칠 때엔 참느라 애를 먹었고,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 되기도 했다. 그때 확실히 깨달았다. '우리가 즐겨 먹는 과자나 단 음식들이 독약'이라는 걸.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사바랭이 이 말을 한 19세기에는 신분에 따라 먹는 것이 명백히 정해져 있었다. 쇠고기는 고위층이나 사업가들이 먹을 수 있었고, 치즈, 과일과 음료도 계급에 따라 달랐다.

     

    지금은 더 이상 신분에 따라 먹을 것이 정해진 시대는 아니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저렴해져 누구나 (예전에는 왕후장상도 누리지 못할) 산해진미를 맛 볼 수 있다. (물론, 돈이 좀 많이 든다. 전국적으로 맛집만 찾아다니다 패가망신한 사람마저 있다고 들었다. 심지어 맛있는 우동을 먹기 위해서 비행기타고 도쿄까지 간 사람도 있었다. 물론 코로나 이전이지만...)

    지금은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 되니 좋은 것을 먹어야 된다’로 된 것이다. 사실 내가 먹은 것이 내가 된다는 생각은 원시새대부터 있었던 생각이다. 그리고 원시부족 중에는 망자의 몸이나 뇌 부위를 같이 나누어 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함으로써 망자를 영원히 부족에 남기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언제부터인가 먹거리에서 답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세상에 인간의 먹거리로 창조된 완전식품은 갓난아이때 먹던 '엄마 젖' 밖에 없다. 먹거리는 내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지 절대 내 몸이 될 수는 없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뷔페에서 마음껏 먹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을 뷔페로 초대해서 마구 먹어댔다. (초대 손님의 식성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이제는 뷔페식당은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먹으면 탈이 나기때문에...

    지금은 하루 두 끼 먹는 걸 원칙으로 한다.

    밥 양도 예전의 3분지 1도 안 먹는다.

    예전에는 누가 쫓아 오는 것처럼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먹는 속도도 급하게 먹지않으려고 노력한다.

    오늘 아침에도 허겁지겁 먹다가 마누하님의 "천천히 먹어!" 라는 명령에 정신을 차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안 고쳐지는 못된 습관을 오래 살려면 고쳐야 한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쌀밥과 김치, 그 이상의 위대한 음식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또, "가장 중요한 원리는 '소식'이라는 것이다."고 한다. <<사랑하지 말자>> 김용옥저

    "적게 먹는 즐거움을 누리자." <<모든 것은 흙속에 있다.>> 이영훈 저

    '쌀밥과 김치면 충분하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적게 먹어야 한다'고 아침마다 다짐한다.

    널려있는 맛있는 음식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내공을 단단히 쌓아야한다.

    눈 앞의 장매물인 맛있는 음식과의 사투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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