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백수생활 9
백수에게 대박이 필요한가?
놀라고 신날 때 감탄사 ‘대박’이란 말이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
'대박'이란 원래는 명사인데 온 국민이 그 말을 좋아해서
자주 쓰다보니 아예 감탄사로까지 쓰이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거기에 '헐'이란 말까지 덧붙여서 '대박'이란말을 더욱 강조하여
'헐! 대박!" 이렇게 쓰는 말이 청소년들의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대박'이란 말의 어원은 두 가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첫째는 '박'이라는 게 노름판에서 '판돈'을 나타 낸다고 한다.
노름에서 승부가 기려지지 않고 회가 거듭될 수록 판이 커진다.
그래서 커진 판돈을 땄을 때 '큰 판돈'이라는 뜻으로 '대박'이란 말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말큰사전>
다른 하나는 ‘대박’이 우리 고전소설 ‘흥부전’에서 나온 말이라고 본다.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받은 박씨를 심었고 거기에서 큰 박이 열려 그 박을 잘랐더니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와 큰 부자가 되었다.'는 데에서 따와서 '큰 박'이 바로 '대박'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노름판에서 온 ‘대박’이든 흥부전에서 온 ‘대박’이든, 공통점은 ‘돈벼락’이라는 데에 있다.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닌 '돈벼락'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벼락같이 돈이 갑자기, 아닌 밤중에 떨여졌다'는 의미다.
‘돈벼락’이란 횡재(橫財)다. 대개 횡재는 꿈속에서나 일어난다. 현실에서의 횡재는 횡액(橫厄, 뜻밖에 당하게 되는 재난이나 액운)이 되기 마련이다.
2017년 겨울 온 나라에 이 대박 열풍에 휘몰아 친 적이 있었다.
바로 비트코인 광풍이었다.
비트 코인은 주식시장과 달리 장이 24시간 열린다.
TV에 비트코인 폐인(?)들의 거래하는 장면과
그들의 대박난 사건(?)이 여과없이 방송이 됐었다.
그 바람에 온 국민이 너도나도 '대박'을 쫓아 뒤 늦게 따라하게 되었다. 매번 그렇듯이 그 여파로 비트코인 폭락이 오게되었고,
대부분의 순진한 '따라쟁이'들은 결국 '대박'은 커녕 '쪽박'을 차버리는 진풍경이 속출했었다.
"속도와 과열!
이전과는 클라스가 다르다.
도박보다도 더 센 중독이 왔다.
'제로 썸 게임'이란 양측의 손해와 이득의 값이 0이 되는 것이다.
내가 돈을 따는 순간 누군가는 잃어야 한다.
일확천금 순간 누군가는 한강에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저.
또 다시 처음보다는 작지만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오고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올해 3월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차량 판매 때 비트코인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시 비트코인이 폭등하고 전국이 대박으로 다시 한번 들썩이고 있다.
제발 이런 광풍에 순진한 '보통사람'들이 더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백수의 대 선배격인 300년 전의 연암 선생은 이러한 대박 사건을 마주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나는 다만 연암골의 가난한 선비에 불과하다. 하루아침에 만금萬金을
횡재하여 부자가 되는 일이 나의 본분에 맞는 일이 겠소?"
박종채저 박희배역 <<나의 아버지 박지원>>
그렇다. 무릇 백수에게 대박이란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백수란 흐르는 물과 같이 낮은 곳으로만 흘러가듯이 살아가야 하거늘....
소위 대박난 연예인들이 그 대박때문에 가정이 파괴되고, 공황장애가 오고, 심지어는 삶을 허무하게 마감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 백수는 그러한 액운이 따르는 '돈벼락'인 '대박'을 멀리하고
하루하루 슬기롭게 '소박'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조상인 연암처럼.